[단독]”부처별 비서관 없앤다…정책실장은 차관급 보좌관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새 대통령실은 어떻게 구성될까. 권한을 분산한 슬림한 청와대가 핵심 개요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하의 부처별 파견 비서관을 폐지하고 이른바 ‘문고리 권력’이라 불린 제1부속비서관과 총무비서관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폐지 가능성이 거론됐던 정책실장(장관급)은 정책보좌관(차관급)으로 직급과 명칭을 바꿔 기능을 유지하고 민관합동위원회에서 논의할 정책 현안에 대한 조율 기능을 담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슬림한 대통령실’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는 양상이다. 청와대 조직개편 업무를 맡은 당선인 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 행사 방식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핵심 조치들”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에서 부처별 비서관 폐지와 문고리 권력 개혁에 방점을 찍은 건 이 두 요소가 ‘제왕적 대통령제’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란 판단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산하에는 10여명이 넘는 부처별 비서관이 포진해있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부처별 담당 비서관이 있으면 결국 공무원은 그 사람만 바라보며 일하게 된다”며 “책임 장관제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안보실의 경우 외교·안보란 대통령의 고유 권한과 대내외적 환경이란 특수성을 고려해 외교·통일·국방 비서관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현 청와대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단 방침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현 청와대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단 방침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고리 권력 개혁은 대통령에 대한 참모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 골자다. 제1부속비서관과 총무비서관 등이 ‘문고리 권력’이라 불려왔던 건 이들을 거쳐야만 대통령과의 독대나 면담 등의 일정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었냐”며 “대통령과 참모가 한 건물의 같은 층에서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일정 등에 관한 부속비서관과 총무비서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의 정책 기능과 관련해선 정책실장의 급을 낮추더라도 부처별 정책 조율이란 기능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당선인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며 ‘총체적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며 “청와대의 최종적 정책 기능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또한 정책실장의 급을 낮추는 배경엔 ‘정책통’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인수위 측은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청와대 참모들이 각 합동위원회의 사무국장으로 보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 조율은 청와대가 하되 실행은 민관합동위원회와 각 담당 부처가 하는 방식이다. 민관합동위원회 분과의 경우 ▶국민통합 ▶지역균형발전 ▶코로나위기대응 ▶기후에너지 ▶혁신성장 ▶중장기과제 위원회 등 총 6개 분과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때 민관합동위원회를 총괄하는 위원장을 두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옥상옥’에 대한 우려로 개편안에선 빠진 상태다.

지난 2018년 5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이 1년6개월 형기를 채우고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해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5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1부속비서관이 1년6개월 형기를 채우고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출소해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인수위는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 한 달을 앞두고 남은 대통령실 개편의 퍼즐도 서둘러 맞춰가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사안이었던 민정수석실과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폐지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일자리 수석은 “일자리 정책은 민간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당선인 뜻에 따라 역시 사라질 예정이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생길 공백은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공석이었던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 대통령실 직원들의 위법 사항을 살필 준법감시관을 두기로 했다.

안보실은 현재의 ‘1차장 국방·2차장 외교’ 편제를 ‘1차장 외교·2차장 국방’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외교안보 전략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경호실은 청와대 이전 업무로 생길 경호 소요를 고려해 기존 조직의 축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인수위 측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변경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결국 최종안은 윤 당선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조직운영 방식에 대해 연구를 해 온 성균관대 박형준 교수는 “대통령은 5년간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며 “부처별 비서관 폐지와 같은 권한 분산에 더해 권력 행사의 투명성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고(출처) : 박태인 기자, [단독]"부처별 비서관 없앤다...정책실장은 차관급 보좌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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