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질서 재편 새롭게 이뤄질 것…新냉전 구도 형성
– 새로운 현대전의 양상…군사적·비군사적 수단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
– 우크라 戰 교훈 삼아 국가의 총체적 안보 패러다임 변화 필요…對北 시각도 바뀌어야
– 한반도 신냉전 시대, 외교와 협상의 중요성 새롭게 인식할 필요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국가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제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은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을 돌이켜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국가의 안보는 마치 ‘산소’ 같아서 평소에는 느끼기 어렵지만, 막상 결핍되는 상황에 처하면 짧은 순간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 중 한 곳인 한반도에 살면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이를 교훈 삼아 국가 안보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세계질서 재편이 새롭게 이뤄질 것…新냉전 구도 형성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소련에 의한 냉전체제 이후 새로운 냉전체제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전선이 세계 1위, 2위의 군사대국의 충돌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와 러시아와의 대결로 향후 세계질서의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과 러시아와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날 것이고 이는 세계 제3차대전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즉, 각국의 이해관계로 합종연횡(合從連橫)이 이뤄지던 세계질서가 피아가 분명해지는 시험대에 올랐다.
국가간 충돌방지 시스템의 부재는 미중패권의 가속화로 나타날 것이고 이로 인해 동북아의 화약고로 볼 수 있는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과 한반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7차 핵시험을 예고했고 미국 항공모함의 동해상 전개도 예사롭지 않다. 국지전 뿐만아니라 강대국들 간의 직간접적인 전쟁이 매우 가까워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충돌지점인 한반도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또다시 보여주고 있다. 재앙적 무력 충돌을 방지하고 새로운 협력적 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새로운 현대전의 양상…군사적·비군사적 수단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
러시아는 ‘하이브리드전’이라는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의 조합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새로운 전쟁개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대전의 양상은 우리에게 미래의 복합 전쟁의 모습과 장차 다가올 다양한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세계적인 군사학자들은 새로운 세기의 전쟁은 국가·영역·수단·전쟁 단계의 구분을 넘어서는 초월적 전쟁이 될 것으로 이미 예견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전쟁부터 러시아의 하이브리드전에 이르는 20여년 동안 21세기 전쟁을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우리 군은 새로운 전쟁 이론의 관점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이 보여주는 양상과 특징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할 것은 전쟁 주체의 확장이다. 이미 두번의 세계대전을 통해 전쟁이 양 국가의 대결이 아닌 진영간 대결이 된다는 점은 알려졌지만, 이번 전쟁은 각 국가의 역할이 과거처럼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것뿐만아니라 간접적 지원이 적대국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다른 국가나 비국가 단체도 하나의 주체로서 간접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제사회의 개인과 단체가 암호화폐로 전쟁비용을 후원하거나, 미국의 민간기업이 위성인터넷이나 위성사진 등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주체가 전쟁에 관여하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가시화된 전쟁 주체의 확장은 이제 확고한 현대전의 특징이 됐다.
▲우크라戰 교훈 삼아 시급히 대비해야 할 3가지
우리는 그동안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따로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없다면서 널뛰기 안보태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시급히 세가지를 대비해야 한다.
첫째 국가안보에 대해 총체적으로 대비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첨단화된 무기체계같은 특정 문제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국가가 총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안보의 신경조직이라 할 수 있는 지역자치단체의 비상대비역량을 키우는 것을 우선 서둘러야 한다.
둘째,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다. 이제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을 분석하면서 핵무력완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할 것이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이 상황을 획기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즉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북의 핵·미사일 능력 증가에 제어장치가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는 한미동맹의 강화와 다자지역안보에 대한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 문제는 이번 전쟁에서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된 나토의 동진이 유럽 안전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은 러시아의 주장만이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군사동맹 가입 여부는 개별 국가의 주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나토의 동진이 계속됐는데, 군사동맹이 다른 국가에는 위협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것은 국제정치의 상식이다. 우크라이나로서도 군사 영역보다 경제나 사회적으로 다른 유럽국가들과 협력을 확대·진전시켰다면 스스로의 안전 확보에 더 효과적이었을 수 있다.
▲한반도 신냉전 시대, 외교와 협상의 중요성 새롭게 인식해야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관련해 인공위성 발사 단계를 거치거나 위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은 당초 예상과 달리 위성 발사 등의 과정 없이 바로 ICBM을 발사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서도 신냉전적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중 신냉전’이라는 표현으로 국제정세를 설명한 바 있고, 지난달 24일 ICBM발사 실험 참관 이후에는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대북 정책에 있어 다른 경로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ICBM 모라토리엄 폐기는 이미 소진된 협상카드를 되살리는 시도로 볼 수 있으며 ICBM 모라토리엄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교환하는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는 셈이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는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됐다. 보수정부의 집권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보수정부 집권기에 남북관계가 진전됐던 사례도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외교와 협상을 통한 안보능력 강화도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평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떤 순간에도 무력충돌을 막고 그 위험성을 낮추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는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지더라도 평화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한 외교, 협상 능력과 군사적 안보역량 강화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두마리 토끼다.
◇강우철(예.육군 대령) 통일안보전략연구소장은
고려대 심리학 학사, 명지대 정치학 박사로 여주대 군사학과 교수를 거쳐 2017년 통일안보전략연구소(IUSS)를 설립했다. 통일안보와 군사史, 비상대비 분야 전문가로 다양한 연구와 학술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참고(출처) : 김의철, [기고]강우철 통일안보전략硏 소장"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과 국가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제언", 녹색경제신문, 2022-04-15 11: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