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8일(목) 오후 국방 컨벤션에서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국력신장에 걸맞은 국방안보 전략과 국방 소통”을 주제로 내건 국방안보 정책 세미나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뉴스와 맞물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상징적 함의가 넘쳐나는 ‘국방 뉴스’로 자리매김할 가치가 충분했다. 일반적 행사와 차별화된 의미와 가치를 짚어본다.
첫째,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이 선도적으로 주최한 ‘정책 제언과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여 인상적이었다. 통상 국회의원님들은 축사를 하거나 초청된 저명인사 자격으로 손님처럼 자리를 빛낸 후 사진을 찍자마자 재빠르게 다음 일정을 향해 자리를 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세미나는 달랐다. 현직 국방위원장이 본인의 직함을 내걸고 정책 세미나를 직접 주최했고, “군을 아끼는 심정의 제언”을 개회사 메시지에 담아내었다. 민 국방위원장은 “최근 일부에서 제기된 장병 부실급식 문제, 성범죄를 비롯한 군 내 각종 범죄 은폐 시도, 비효율적 병력 운영에 따른 잦은 경계 실패 등으로 범국민적 비판을 마주하게 됐다”라며 군이 당면한 국민적 비판을 사실대로 언급했고, “여기에 모병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국방 현안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일이 중요해졌다”라며 민생 국방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또한, “저 역시 대한민국 국회의 국방위원장으로서, 여러분들께서 전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들을 경청하고, 이를 향후 의정 활동 과정에서 적극 반영해 나가면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더욱 굳건한 국방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국회 차원의 정책적 지원 의지를 피력했다. 그동안 군이 난감하게 여기는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가 우리 군을 호되게 질책하고 대책을 촉구하는 관행과 전혀 달랐다. 국회 국방위원장이 직접 국방안보 태세 발전의 주역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진과 서명까지 담긴 축사를 보냈고,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현장에 참석하여 공개 발언을 자제한 채 경청으로 군을 성원하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둘째, 서욱 국방부 장관이 “강하고 신뢰받는 군대로 거듭나기 위한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여정”을 시작했다며 국민을 향한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최근 엄중한 상황을 계기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출범해 ‘정의’와 ‘인권’ 위에 군이 새롭게 태어날 것임을 강조하며, MZ 세대 장병의 요구와 변화하는 국방환경을 반영한 군의 조직문화를 조성할 것임을 역설했다. 서 장관은 K-방역·G7 정상회의 등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우리 군은 국가 위상과 국력에 걸맞은 튼튼한 국방태세를 확립해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가 위상과 국력에 걸맞은 국방태세 확립에 대한 비전으로 “30년 후 국방의 미래를 그린 ‘국방 비전 2050’을 마련해 후배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미래를 주도하는 국방역량을 내실 있게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의례적인 축사와는 완전히 품격을 달리하는 결연함이 느껴지는 메시지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셋째, 기조강연에 나선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의 메시지를 경청하며 메모하는 국회 국방위원장과 국방부 장관의 진정 어린 모습을 통해 의미 있는 공감대 형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문 이사장은 “국방 전략은 거시적인 외교안보 전략(Grand Strategy) 구상에 달려있다”며 “한국군은 스마트 국방전략을 구사하여, 북한 위협과 역내 전략적 불안정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명민한 국방전략, 전력구조, 그리고 무기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미래전 양상에 대한 다층적 검토가 필요하며 결기 있는 국방외교를 강조한 점이 돋보였다.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강대국의 행보에 결기 있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국민적 지지와 합의가 구축이 가능하도록 국방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메시지를 일체 배제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국방안보 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에 집중함으로써 군을 진정으로 성원하는 순수성이 돋보였다. 폭탄 발언을 선호하는 일부 언론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조강연이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 끝나지 않고, 강우철 통일안보전략연구소장의 돌발 질의를 받고 성심껏 답변하면서도 세미나 진행자가 요청한 30분을 준수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에 걸맞은 노련함이 묻어났다. 세미나 종료 이후 문정인 이사장의 피드백은 “이처럼 좋은 국방안보 포럼이 있는 줄 몰랐으며, 시의적절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세미나였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넷째,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는 융합형 세미나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기조강연은 ‘미·중 경쟁 본격화 시대 한국의 국방안보 전략’을 화두로 삼아 큰 틀을 제시하고, 각기 분야가 다른 3가지 소주제를 다루면서도 일관된 맥이 흐르도록 엮어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바이든 행정부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이희우 케바드론 대표(예비역 공군 준장)이 ‘첨단 과학기술을 융합한 한국형 무기체계 발전 방안’을,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가 ‘민생 국방 쟁점과 해법’을 각각 발제하여 전문적인 논리를 배포한 논문집에 상세하게 다루면서도 현장의 세미나에서는 핵심 포인트에 집중함으로써 늘어짐이 없는 간결함이 돋보였다. 세미나 좌장 역할을 담당했던 정진섭 상임위원장(전 해군 작전사령관)은 마치 다국적 해양 작전을 지휘하듯 철저한 시간관리에 성공했다. 국방안보포럼 박선우 이사장(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인 대한민국이 국내외적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이런 시기에 국방도 이에 걸맞는 위상 정립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책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다수 국민들은 튼튼한 안보와 강한 국방력 건설을 위한 환골탈태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민생국방에 대해 다양한 소통의 장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 세미나의 전반적인 진행과 사회를 총괄한 강규식 예비역 공군소장(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매끄러운 흐름은 마치 육/해/공군 합동작전을 보는 듯한 인상마저 들게 했다. 소주제 발제 및 토론에 대해 민간분야 전문가들이 수준 높은 질문을 이어갔고, 발제자가 답변할 시간까지 확보해 주면서도 계획된 시간에 정확하게 종료됨으로써 치밀한 사전 준비와 체계적 진행이 돋보였다.
통상 제1주제 발표를 담당한 발제자는 발제 이후에 자리를 뜨는 것이 일반적인 세미나인데, 홍현익 박사를 비롯한 발제 및 토론자(김영준 교수, 설인효 박사 등)들이 끝까지 경청하는 모습은 최고의 배려로 다가왔다. 세미나를 주관한 국방안보포럼에서는 심플한 디자인의 자료집과 함께 참석자 모두에게 코로나 대비용 마스크 1박스씩을 선물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세미나 이후 당분간 “Face – to – Face”(면대 면) 방식의 오프라인 소통의 장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루빨리 코로나 확산 국면이 진정되도록 국방안보 커뮤니티는 물론 범국민적인 동참을 간절히 소망해 본다.(Stratcom)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면대면 방식의 오프라인 소통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면대면방식의 소통의 장이 닫히게된 점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소통의 장에 함께 참여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주도하는 국방역량을 내실 있게 구축해 나가겠다는 말씀이 와닿는 유익한 내용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