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성전환 부사관 ‘전역’ 결정…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보이며 경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육군은 전역심사를 통해 최근 화제가 됐던 변희수(22) 하사의 강제전역을 결정했다. 변 하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UN등 국제기구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인권문제를 지속 제기하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창군 이후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겠다고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 등에 따르면 경기 북부의 한 부대에 전차 조종수로 복무한 변 하사는 지난해 휴가 기간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부대로 복귀했다. 그는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기 위해 관할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했다.

변 하사가 수술을 받기 위해 휴가를 가기 전 군 병원은 그에게 성전환 수술을 하면 장애 등급을 받아 군 복무를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당시 부대장은 변 하사의 사정을 알고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위한 해외여행을 승인했다.

변 하사는 부대에 복귀한 뒤 군 병원에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 병원은 ‘심신 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남성 성기 상실과 관련해 장애로 판정할 수 있다. 고환과 음경의 상실은 각각 심신 장애 5급에 해당하며 이번 경우는 둘 모두에 해당돼 3급으로 판정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군에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 것과 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육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센터는 이에 대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21일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하지만 육군은 이날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고 변 하사의 전역을 결정했다.

이에 관련해 육군 관계자는 “인권위의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면서 “이번 전역 결정은 성별 정정과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령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여성성 지향이 강하거나 동성애 성향이 있는 사람을 ‘성 주체성 장애’로 분류해 입영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역 복무 중 이러한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도움 및 배려 용사’로 관리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으로 성전환된 경우에는 군 면제에 해당된다. 간부로 지원할 경우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신체검사에서 탈락시킬 확률이 높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에도 여군 지원이 어렵다. ‘성기 상실’을 이유로 군 복무가 어려운 장애 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군 당국은 현재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의 군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 입장이다. 물론, 해당 규정도 없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 하사는 전역 결정을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쟁점은 성전환 수술로 인한 성기 상실이 심신장애에 해당되느냐 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우 심신장애 등급표에 따라 장애 등급을 결정했지만, 이는 사실상 남성 군인이 부상 등으로 성기를 손상했을 경우 등을 고려한 것으로 성전환 수술을 염두하고 만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와 소송 결과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변 하사가 법적인 성별 정정 절차를 밟고 있음에도 성전환 수술에 따른 성기 적출을 심신 장애로 판단했다”며 “수술 후 회복만 이뤄지면 정상적인 복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BBC코리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성전환자에게 군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19개국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등이 있다. 비유럽국가에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이 성전환자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이 유일하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나 가슴수술을 한 성전환자만 대상으로 하는 부분적 허용국가다.

미국은 정권마다 변화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는 기존 복무 중인 성전환 장병은 복무를 계속하지만 입대는 금지시켰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에 따르면 미국 장병 130만명 가운데 1만5000명 이상이 성전환 장병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 장병의 1%를 넘는 비율을 보였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 (OCED)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19′(Society at Glance 2019)에 따르면 2001~2014 한국의 동성애 수용도는 10점 만점에 2.8점으로 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4번째로 낮았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성소수자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의미다. 비슷한 소득수준을 보이는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낮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수용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 우리나라는 2000년 이전에 비해 크게 지수가 많이 올랐지만 조사 국가36개 국중 32위를 기록했다. [사진=OECD 홈페이지 캡처]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비율은 급격히 늘고 있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소수자비율은 성인의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고려하면 낮지 않은 비율이다.

이런 가운데 군 내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 관련 논란도 있다.

논란은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 (이하 ‘추행죄’)는 “군인, 군무원, 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추행죄가 자의적인 법 해석의 가능성이 있고 군내 동성애를 ‘추행’의 범주에 넣어 군 내 동성애자를 억압하고 동성애를 성범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962년 제정 이후 세 차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이 제청됐지만 지금까지는 모두 합헌으로 결정났다.

하지만 2012년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와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는 해당 조항 폐지를 권고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지난해 군형법 제92조 6항이 성소수자 군인을 처벌의 위협으로 내몰 가능성이 있다며 이 조항의 폐지를 촉구했다.

또 다른 군사전문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모병제로 전환될 경우,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게 돼 위헌 시비가 빈발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군 내 성소수자에 대한 보다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참고(출처) : 김의철, 육군, 성전환 부사관 '전역' 결정...심신장애 3급으로 판정, 녹색경제신문, 2020-01-22 22: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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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1. 어떤 성별의 삶을 살아가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시스템을 무너뜨리면서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이루겠다는 건 과한 욕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모쪼록 논란 이후에도 기운 내시길 바랍니다.

  2. 한국 정서로 따진다면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 생각하지만, 최근 전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지금, 국제적 정서를 따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차별에 따른 전역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 법과 규정에 맞추어서 진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며
      추후 법 개정을 통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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