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인터뷰란 작가나 기자들의 전유물이었고, 연구자에게도 민속학이나 인류학 등으로 국한되었다. 그러므로 심층면접의 결과물을 자료로 한 역사 쓰기란 대단히 생소하고, 아마추어적인 연구방법론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1990년대 초반부터 외국 이론이 수입되고 구술사에 대한 소신을 가진 연구자들이 하나 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나 극소수였다.
이러한 지적인 토양 아래에서 개인적인 호기심 내지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뷰 자료를 만들어내고, 글 속에서 한두 줄의 문장이라도 담아내는 연구자의 수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작업 방법에 조금씩 새로운 옷을 입히면서 한국에서 ‘자생적구술사가’ 의 층이 형성되었다. 비록 구술사를 학문적인 영역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 있고, 가끔씩은 ‘도발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구술사료를 어떻게 활용할것인가, 텍스트 분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논의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초창기 선구자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교육학자 김기석 교수는 구술사라는 생소한 강좌를 대학원에 개설하고, 외국인 사레를 토대로 퍼즐을 맞추어나가듯이 구술사의 벽돌을 쌓아올렸다. 인류학과 민속학, 사회학 연구자들도 ‘생애사’ ‘생애 이야기’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논문 쓰기를 통해 새로운 역사 쓰기를 실천했다. 그 이후에 기록관리학 관련 대학원 과정에 개설된 구술자료관리 강좌도 이러한 선구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또한 일상사와 미시사가 역사학계에서 새로운 글쓰기로 대두되었다는 점도 구술사의 자리매김에 영향을 주었다.
■ 차례
- 제1부 구술사와 구술사료 : 무엇을 왜, 어떻게
- 구술사, 개념적 이해
- 기획에서 활용까지
- 제2부 구술사료 만들기 : 사례모음
- 할머니와 나의 작은 목소리
- 최초 대테러경호부대에서 개발된 ‘특공무술’ 의 진실을 찾아서
- 재미한인 역사 만들기
- 태권도의 미국 진출에 기여한 미주 한인유도사범들
- 아직도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줄 모르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