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2단계로…계속 열리는 北 ‘고강도 도발의 창’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돈바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단계 국면에 돌입했다. 남부 마리우폴에서도 일전이 임박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화력’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집중된 틈을 타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기회를 계속 엿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장갑차를 나뭇가지 등으로 은닉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동영상을 통해 “러시아군 전력 중 상당 부분이 돈바스 전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이에 따라 19일 동맹국, 협력국과 영상 회담을 소집했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응징이 주된 의제다.

이처럼 온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린 지금이 북한으로선 미국의 ‘외교력 공백’ 여부를 가늠해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도 이를 의식한 듯 계속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우리는 일련의 외교‧경제‧국방 조치들을 취했다.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에는 결과가 따르며,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한 이런 결과들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18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 뒤 기자들과 만나 “최강의 연합 억지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도 다시 경고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지만, 안보리는 조용하다. 미국 주도로 대북 유류 공급을 제한하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도 마련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놓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과 같은 파트너들을 계속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중 설득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과 전략 경쟁 중인 중국을 움직일 방안이 마땅치 않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러시아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처럼 미‧중‧러 간 갈등으로 벌어진 안보리의 틈이 북한에는 고강도 도발을 하기에 더없는 호재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체제는 이미 역대 가장 강력한 수준이고, 안보리 차원에서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뼈까지 도려내는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 안보리가 2017년 12월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경우 자동으로 유류 공급을 더 옥죄는 추가 제재를 가하도록 의무화한 ‘트리거(Trigger, 방아쇠) 조항’을 삽입한 게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망설이게 하는 일종의 억지 장치로 작용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북한은 ‘무슨 짓’을 해도 안보리 자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직접 목격했다. 북한의 다음 행보가 더 과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량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실례가 될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해선 몇 년에 걸쳐 이뤄졌던 강력한 제재들이 러시아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도 안보리는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없이, 전통적인 안보리의 틀에서 벗어나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의 경제‧외교적 역량만으로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충분히 ‘벌’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대북 제재 역시 갈수록 안보리의 일치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북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셈이다.

참고(출처) : 유지혜 기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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