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용산시대’ 숨은 뇌관은 ‘정화 비용’…미국 설득이 관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용산 시대’를 위해선 두 가지 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우선 기존 국방부 청사를 비워 새정부의 대통령과 참모진 등이 사용할 공간을 마련하고, 국방부 청사 인근의 용산 미군기지에 대한 반환 협의도 신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미군기지 반환의 경우 용산공원 조성과 직결된다. 집무실 이전의 목표인 ‘국민 소통’을 위한 핵심 과제인 셈이다.

용산 미군기지는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부지로 총 203만㎡에 달한다. 해당 부지를 새롭게 조성해 243만㎡의 용산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는 전체 면적의 10% 가량인 21만㎡에 대한 반환이 완료됐다. 미국은 2020년 12월 미군기지 내 스포츠필드 등 5만㎡를 반환했고, 이후 1년 2개월이 지난 2월 한·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장은 16만㎡를 추가 반환키로 합의했다. 합동위원장은 한·미가 각각 한 명씩 맡고 있다.

‘오염 정화’ 책임 놓고 한·미 팽팽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 계획.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미 간 협의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상반기 내에 전체 부지 중 약 25%인 50만m²에 대한 반환이 완료된다. 문제는 반환 부지의 환경오염 정화 문제를 놓고 한·미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측은 용산기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주한미군 기지는 일종의 ‘공여지’로 오염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이 있는 미국 측이 이를 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 정부 소유의 부지를 임대해 사용한 것일 뿐이므로, 반환 시점엔 당연히 주한미군 측이 토양 오염과 수질 등을 최초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20년 12월 미국 측의 환경오염 정화 책임을 강조하며 “미국에 환경치유 비용에 대한 소송을 포함한 요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4월 춘천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드럼통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주한미군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2021년 4월 춘천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 부지에서 주한미군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폐드럼통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주한미군 부지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오염 정화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은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에도 명시돼 있다.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하는 오염’에 대해선 미국 측이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에 이 양해각서에 담겨 있다.

“책임 있는 해결방안 지속 논의”

주한미군이 사용중인 용산 미군기지 중 25% 가량은 올해 상반기 내에 반환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부지의 환경 오염 정화 책임을 둘러싼 한미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이대로라면 반환 후 한국 정부가 오염 정화에 나서 용산공원을 조성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주한미군이 사용중인 용산 미군기지 중 25% 가량은 올해 상반기 내에 반환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부지의 환경 오염 정화 책임을 둘러싼 한미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이대로라면 반환 후 한국 정부가 오염 정화에 나서 용산공원을 조성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측은 주한미군 기지의 오염이 양해각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하는 오염’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한·미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한·미는 용산 미군기지 중 16만㎡를 반환키로 합의했지만, 해당 부지의 환경오염 정화 문제를 둘러싼 책임 소재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염 문제의 책임 있는 해결방안과 환경관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지속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오염 정화의 책임을 지기 어렵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尹 ‘용산시대’, 미국 설득이 관건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환경오염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환경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6월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환경오염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환경 오염 정화 문제를 둘러싼 한·미 이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급한 건 윤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쪽이다. 새 집무실이 될 국방부 청사를 미 백악관의 ‘웨스트윙’ 형태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위해선 하루빨리 반환 부지에 용산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부지 반환 협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오염 정화에 전향적 입장으로 전환하길 기다리다간 용산공원 조성은 공전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 용산공원 조성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기존의 협의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해도 2027년에야 용산 미군기지의 완전 반환이 이뤄지고 2030년 이전엔 용산공원 완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측의 계속된 요구에도 정화 책임을 부인해 왔던 미국의 태도를 감안했을 때 단기간 내에 극적인 입장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출처) : 정진우, 尹 ‘용산시대’ 숨은 뇌관은 ‘정화 비용’…미국 설득이 관건, 중앙일보, 2022-03-21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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