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지난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지대지미사일로 응수했다.
합동참모본부는 6일 새벽 4시 45분부터 10분 가량 전날 북한의 미사일 8발 도발에 대응해 한미 연합으로 지대지미사일 8발을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발사한 지대지 미사일은 에이태킴스(ATACMS)로, 한국이 7발, 미국이 1발 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태킴스는 탄두에 900여 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단 한 발로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합참은 “한미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은 북한이 여러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상시 감시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도발 원점과 지휘 및 지원 세력에 대해 즉각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불안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일 오전 9시 8분부터 약 35분간 평양 순안, 평남 개천, 평북 동창리, 함남 함흥 일대 등 4곳에서 동해상으로 SRBM 8발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했다.
이는 단거리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으로 추정된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국민의힘)은 6일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행된 것으로, 분산된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 과시를 통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
태 의원은 “북한이 다양하고 변칙적인 방법을 통해 도발 수위를 한층 높이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목적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바로 제7차 핵실험을 앞두고 소위 ‘분위기 잡기’를 하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북한이 자행한 18번의 도발’은 모두’7차 핵실험의 전주곡'”이라며 “북한이 6월 노동당 전원회의 전후,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전후 등 당연히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현재 북한의 도발 상황이 지난 2017년 박근혜-문재인 정권 이양기 때와 다르지 않다”면서 “이번에도 북한은 도발을 통해 긴장을 최대한 고조시켜 향후 있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사일 ‘낭비’ 되지 않으려면 ‘전략’ 필요
북한 도발에 대한 미사일 사격 대응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응징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굳건한 의지 표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윤석열 정부가 원칙을 제대로 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원칙 표명을 잘했으니 이제부턴 앞으로 더 고조될 상황에 맞춰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이끌어 나갈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는 ‘장기전’인 만큼, 단순히 미사일 대응만 할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어떻게 정확하게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북한 도발 20여 시간 뒤에 한미가 대응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미의 대응이 ‘킬 체인’인지 ‘응징보복'(KNPR)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킬 체인’이었다면 북한 도발 직후 곧장 대응을 했어야 하고, 응징보복(KMPR)이었다면 특정 상황을 상정했어야 한다는 것.
한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에 맞서 킬 체인과 미사일 방어, 응징보복(KNPR) 등 ‘한국형 3축 체계’ 강화를 표명했다.
한국형 3축 체계란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말한다.
양 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계속 똑같이 미사일을 쏠 수는 없는 만큼 미사일이 그저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선 그리고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6일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이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단 35분 동안 발사된 SRBM만 8발이다
북한에 도발에 단호하면서도 엄격한 대응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