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중전회에 숨겨진 미래 전략 코드
지난주 중국 공산당(중공)은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열고 14차 5개년(2020~2025) 규획(規劃·계획)과 2035년 장기목표를 담은 ‘건의’를 확정했다. 세계적인 2차 팬데믹과 임박한 미국 대선에도 중공 5중전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전쟁에서 수세였던 중국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판단과 전략을 밝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 14·5규획 기간과 2035년까지 성장률 목표치는 없었다. 대신 14·5규획 청사진에는 새로운 발전 방식(格局)으로 규정한 ‘쌍순환(雙循環)’과 고도의 질적 발전을 위한 포석이 빼곡했다.
성장 드라이브 펼쳐 2035년 선진국 달성
5중전회 공보(公報·코뮈니케)에서
국민 경제와 사회 각 영역에서의 3대 포인트를 읽을 수 있다.
첫째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중등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이다. 현재 1만 달러를 조금 넘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수준으로 증가하면 명목 GDP 기준으로 연평균 4~4.5% 성장 목표로 환산된다. 상당히 높은 성장률이다. 경제발전 성과가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핵심 이익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처음으로 경제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야심 찬 역사적 목표다.
둘째, 안보를 강조했다. 공보에 총 22회 언급된 안보는 국가 경제 안보, 발전 안보, 식량 안보, 생태 안보, 사회 안정, 사회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다. 세계가 100년 만의 대변혁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한 중공은 국제 정세 변화 등 외부환경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위기와 동시에 기회가 중첩된 전략적 시기이기 때문에 당이 이끄는 방향으로 한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의 전면적인 리더십이 14·5규획 기간 경제 사회 발전에 있어 최우선 원칙이라고도 했다. 어느 때보다 강화된 권위주의로 국가 발전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암시다. 향후 이어질 각 분야의 구체적 정책 발표와 목표 달성을 가정한 중국의 변화와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셋째, 인민의 아름다운 생활과 문화 강국으로 성장을 강조했다. 교육과 사회보장 체계의 보완, 노령화 대응 등 정책 방향과 함께 국민의 자질과 수준 제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화 산업의 역량 개발도 강조했다. 소프트 파워 배양이 선진국 진입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다. 더불어 이는 향후 중국 소비의 성장 포인트다. 14억 인구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소비에 나서면서 문화와 여행·건강·교육·주거 환경을 위한 소비가 급증하면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전환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진다.
선진국 진입 전략의 첫 5개년인 14·5규획 기간 중국 경제의 전략목표는 ‘고도의 질적 성장(고질량 발전)’이다. ‘제조 강국, 품질 강국, 인터넷 강국’이라는 3대 강국과 ‘디지털 중국’이라는 하부 목표도 등장했다. 이를 실현할 주요 수단으로는 공급측 개혁이 제시됐다. 13·5규획부터 등장한 공급측 개혁은 과잉 설비 구조조정 외에 기업 부채 해소 등 기업 경쟁력 강화, 산업 구조 업그레이드, 수입 대체 등을 통해 유효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소비의 질적 상승을 만족하게 하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 공급이 소비 잠재력을 발굴하기 때문이다. 민간 소비를 막는 조치도 재검토할 전망이다. 자동차 운행 제한, 주택구매 제한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1순위 전략은 무엇보다 기술 개발과 혁신이다. 미·중 관계의 악화와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분열되고 있다. 중국은 첨단 기술과 핵심 부품 및 기자재 입수 등 이미 현실로 나타난 기술 부족 보완이 시급하다. ‘목을 조르는(卡脖子·차보쯔)’ 기술이라고 절박함을 표현한다. 반도체와 칩, 소프트웨어, 정밀기계와 화학, 항공우주기술까지 향후 과학기술 발전과 신산업 부문에 정부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 독일과 일본이 제조업 강국으로 등장해 경쟁력 하락에 직면했던 미국의 전략을 참고하고 있다. 미국은 정보통신과 신에너지 등 잠재력이 큰 첨단기술 산업을 골라 정책적 성장 환경을 조성했고, 이후 신경제와 과학기술 혁신이 미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미국이 금융 및 재정 정책을 통해 과학기술산업을 지원했던 경험도 눈여겨보고 있다. 기술혁신 과정에 대규모 정책금융 지원과 신용평가와 보증 시스템 등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술혁신 촉진은 금융시장 개혁의 한 목표이기도 하다.
중국 변화는 한국 경제에 기회이자 도전
공보는 숫자나 강한 어조의 표현 하나 없이 어느 때보다 담담하다. 하지만 올해 중반부터 학계와 산업계에서 쏟아낸 많은 정보와 함께 향후 중국의 변화와 영향을 조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소비를 성장의 축으로 하는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되면서 2030년 전에 GDP 규모에서는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급재 등의 소비 증가는 한국 경제와 기업에 기회지만, 디지털 거래 증가 등 유통 방식과 지불 시스템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시급하다.
둘째, 중국이 기존처럼 대규모 원자재를 수입해 범용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는 모델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중국의 세계 공장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다. 수출을 염두에 둔 일반 제조업의 생산 능력이 조정되면 중국에 의존하던 자원 보유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자원을 흡수해 대량의 완성품을 공급하면서 세계 경제에 일으켰던 차이나 쇼크의 선회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중국이 사활을 거는 기술 개발과 혁신의 파급효과다.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의 국산화가 진전될 것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은 투자를 통해 중국 내 생산을 확대하거나 대체 수출 시장을 찾는 전략적 고민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중국 중심의 아시아 역내 밸류 체인이 강화될 전망이다. 향후 자원을 보유한 동남아 국가에 중국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산업 부문의 진출이 확대될 것이다. 역내에서 중국보다 기술 우위에 있는 한국 및 일본과는 적극적으로 산업 협력을 구애할 것이다. 중국보다 기술 우위 영역에 있는 기업들에는 기회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할 미·중 패권 대결에서 전략적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거나, 중국 중심의 역내 산업 생태계 재편 과정에서 새롭게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중국의 혁신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는 양날의 칼이라는 의미다.
참고(출처) : 심상형, 2035년 사회주의 최초 선진국 야심…한국에 양날의 칼, 중앙일보, , 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