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한발 더”… 미국의 ‘4대 전략’ 뭐길래

올해 10월은 훗날 미 전술핵 재배치나 전술핵 운용 협의권 확보를 위한 ‘중대한 순간(a vital moment)’이 시작된 시기로 평가될지 모른다. 그 같은 인식의 단서는 미 백악관이 지난 10월 12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보름 뒤인 10월 27일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 핵태세검토(NPR), 미사일방위검토(MDR) 등 4대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전략이 중·러·북에 의한 핵·재래식 위협 억제와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메시지에 중요한 열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27일 국가방위전략(NDS), 핵태세검토(NPR), 미사일방위검토(MDR)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ㆍ미ㆍ일ㆍ호 4국 확장억제를 주시해야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 4대 전략을 사실상 한꺼번에 공개함으로써 세계에 던진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시진핑의 국가주석 3연임 결정을 통해 전체주의로 회귀한 중국을 경제·군사·기술·핵무기 등에서 미국에 유일하게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함으로써 미·중 ‘2차 냉전’의 본격 개막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중 전략의 중심을 차단이나 봉쇄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 두기보다 미국의 경쟁력과 혁신 제고를 통한 국력 회복에 맞춤으로써 이상주의에서 현실주의로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중·러·북의 핵·재래식 선제 공격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이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는 만큼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2차 냉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최종 승리를 거두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서 한·미·일·호 4국에 의한 확장억제의 강화를 제시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여기서 4국 확장억제 강화 전략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1949년 서유럽 동맹국들과 창설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진영에 의한 핵 선제공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에서도 다자 군사동맹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이 현실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미, 미·일, 미·호 등 양자 군사협력들로는 중·북·러의 핵 선제공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펜타곤이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 한·미·일·호 4국 확장억제 강화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군사 동맹 전략으로 추진됨에 따라 머지않아 역내에서 미국 주도의 다자 군사동맹 체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펜타곤은 4국 확장억제를 나토식 핵공유 체제와 같은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또는 ‘서태평양조약기구(WPTO)’ 창설로 발전시키겠는 식의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펜타곤이 이 4국 확장억제 체제가 그 같은 핵 공유 체제나 다자 군사동맹 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펜타곤이 핵태세검토(NPR)에서 “중국, 북한, 러시아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점증하는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 때문에 더 강한 확장억제(핵우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은 역내 핵 갈등을 억지하기에 적합한 유연한 핵전력을 계속해서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엿보인다. 펜타곤은 이 ‘유연한 핵전력’에 전략폭격기, 탄도미사일 발사 전략잠수함, (핵과 재래식 공격이 모두 가능한) 이중용도 전투기와 핵무기의 지역적·세계적 전진 배치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맞서 전술핵을 포함한 전략 자산을 동맹국들에 전진 배치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펜타곤이 4국 확장억제 체제를 아시아핵기획그룹 또는 서태평양조약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펜타곤이 4국 확장억제 강화를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미국의 대전략 차원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전략은 중국의 체제 전환을 통한 완전한 승리(a complete victory)를 꾀하는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에 기초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제한적 승리(a limited victory)를 꾀하는 쪽으로 이행하거나, 적어도 그 같은 이행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번에 드러냈다. 역내 동맹들에 대한 중·북의 핵 선제공격 위협을 억제하면서 동맹들과 협력해 대중 군사적 우위를 추구하는 현실주의 대전략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는 오바마 전 민주당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이상주의 성향의 외교 엘리트 그룹인 ‘블롭(the Blob)’이 주창해 온 패권 전략을 중시해 왔다. 이들은 중동과 동유럽 등 전 세계 비자유주의 국가들을 자유주의 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해 왔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로 나토를 확대하면서 러시아가 체제 전환 위협을 받은 데서 말미암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조지 케넌 전 주소련 대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베리 포젠 MIT대 교수 등 미 현실주의 전략가들은 체제 전환이란 탈냉전의 환상에서 탈피해 중·러로 하여금 미 본토와 주요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을 못 하도록 관리하면서 글로벌 안정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제한적 승리 전략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해 왔다.

B-2 전략폭격기에서 전술핵 폭탄인 B-61이 투하되고 있다. photo military.com

 

제2냉전 상대 중국이 소련과 다른 이유

물론 지난 10월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바이든 행정부가 절제의 현실주의 대전략으로 이행하기로 했다는 것이 명시적으로 언급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대중국 3대 전략은 명백히 대중 패권 전략의 중심을 현실주의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NSS가 제시한 대중 3대 전략은 △미국의 국력 기반인 경쟁력, 혁신, 회복력, 민주주의에 투자(invest)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연대하고(align) △미국의 국익과 미래 비전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 책임감 있게 경쟁한다(compete)는 것이다. 이어 NSS는 중국과의 의도치 않은 군사적 위기가 고조될 위험을 감소시키며, 위기 해소를 위해 소통 노력을 제고하고, 상호 투명성을 구축하고, 베이징과 보다 공식적인 군축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등 대중 관계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추구해나감과 동시에 글로벌 주요 현안들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소한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과 협력이라는 투트랙으로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게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 목표가 절제를 통한 제한적 승리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현실주의적 대중 전략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차 냉전의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1차 냉전의 최대 경쟁자였던 소련과 달리 군사력과 핵무력에서는 물론 경제력에서도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소련은 생산력에서 미국에 크게 위협적이지 않았던 반면 중국은 정치 체제만 전체주의일 뿐 생산력에서는 저임금에 따른 경쟁력 덕분에 미국에 훨씬 앞선다. 이는 중국이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2014년 이미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실질 GDP에서도 2021년 177300억달러를 기록해 23조달러의 미국을 5조달러 격차로 추격하고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첨단기술 경쟁 분야의 사정도 비슷하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 이전을 막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한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문가 라이언 하스는 저서 ‘더 강한 국가(Stronger)’에서 “2019년 9월 27일은 미·중 관계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라고 지적한다. 이날 중국 정보통신기업 화웨이는 어떤 미국 부품도 들어가지 않은 5G 모바일 통신 기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이 같은 경제력은 베를린장벽이 붕괴되던 1989년 소련 GDP(5000억달러)가 미국의 10분의1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중·러·북의 핵무력도 심각한 위협이라고 평가한다. 펜타곤은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들을 통해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개의 핵탄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펜타곤은 러시아에서 현재 위협이 되는 핵탄두는 2000개라고 지적한 뒤 북한 또한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바로 이 점에서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전략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두 개의 대응 방안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핵무기 선제 사용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맹국들과 연대한다’는 대중국 전략에 따라 한·일·호 3국이 참여하는 4국 확장억제 체제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미국이 언제 이 4국 확장억제 체제를 아시아 핵계획그룹 또는 서태평양조약기구 같은 나토식 핵공유 체제로 전환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분명한 것은 펜타곤의 인식이 4국 확장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도달했으나 4국 확장억제를 핵공유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확실한 논거는 아직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비핵화 노력 실패와 중국의 대미 핵탄도미사일 보유 증대에 맞서 ‘한국 국민이 원하면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우호적인 여론이 미 상·하원과 싱크탱크들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왔다. 이 때문에 펜타곤의 전략가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한·미 또는 아시아핵기획그룹 같은 핵공유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실제로 펜타곤의 핵 업무 담당 장교가 2020년 미 국방대에서 한·일과 전술핵 능력을 한시적으로 공유하는 한·미·일 핵 공유 체제 구축을 제안한 적도 있었다.

‘한국 국민이 원하면 전술핵 재배치할 필요’

문제는 현재 펜타곤이 이 같은 핵 공유 체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서독 사례를 참고해 먼저 대미 설득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련은 1977년부터 동독에 중거리 핵미사일 SS-20을 배치함으로써 핵위협을 가해왔다. 이에 맞서 서독은 미국에 퍼싱-Ⅱ중거리핵미사일 배치를 요구함으로써 동서독 간 핵 균형과 함께 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 철거라는 두 개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 특히 1979년 12월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가 소속인 사민당의 인준을 받지 않은 채 나토와의 합의를 통해 전격 발표한 ‘이중 결정(double-track decision)’이 두 개의 목적을 이루는 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서독은 슈미트의 ‘이중 결정’을 시작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을 개시했다. 우리도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 체제 구축이 한반도 핵 안보 구도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전방위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에 착수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끝내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서독 처럼 독자 핵무장 의지를 밝혀야 한다. 당시 서독은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장에 자극받아 독자 핵무장 의지를 강력하게 밝힘으로써 미국이 1966년 서독,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나토 5개국에 전술핵 B61 150발을 배치하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김숙 전 주유엔대사는 “슈미트의 이중 결정 모델을 출발점으로 삼아 바이든 행정부와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 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전술핵 운용 협의권을 갖는 핵공유 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제를 미국과 서둘러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주저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한국 여론의 반전이다. 전술핵을 재배치했다가 한국의 정권이 진보 진영으로 넘어가 전술핵 철수를 요구하게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의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의 여론이 지난 10월 김정은의 전술핵 탑재 가능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연쇄 도발을 계기로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는 상황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진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70~80%에 이르는 국민이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는 상황이라면 결코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고 전술핵 철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는 미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가 2020년에 조사한 것으로서 당시 한국민의 전술핵 재배치 지지율은 68%에 달했었다. 이 지지율은 지난 10월 들어 80% 전후까지 높아졌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안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9월 30일 동해에서 벌어진 한ㆍ미ㆍ일 대잠전 훈련. photo 뉴시스

 

4국 확장억제를 핵기획그룹으로 전환?

미 뉴스매체인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이 러시아의 핵 선제 사용 위협에 맞서 당초 내년에 나토 5개 동맹국에 배치할 예정이었던 고정밀도의 전술핵인 신형 B61-12를 오는 12월 초에 앞당겨 제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지켜보는 한국 국민의 전술핵 재배치 지지 여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나토 5개 동맹국보다 훨씬 더 강한 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 그것도 ‘핵우산’ 제공을 목표로 한 한·미 확장억제 체제가 사실상 작동되지 않는 것이 드러난 지금, 미국이 당연히 한국에도 신형 B61-12 배치나 핵공유 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한국 국민의 전반적인 정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 매케인 전 미 상원의원은 생전에 “한국 국민 다수가 원한다면 전술핵 재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10월 당시 맥 손베리 미 하원군사위원장도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전술핵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말했고,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2018년 1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필요성이 있다고까지 했다. 한국 국민의 다수가 원하고 미 조야에서 긍정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바이든 행정부의 안보 부처들로서는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나 4국 확장억제 체제를 아시아 핵기획그룹 또는 서태평양조약기구로 전환해 전술핵 운용 협의권을 주거나 한·일·호 모두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와 별개로 펜타곤이 독자적으로 앞으로 5년 내에 그 같은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펜타곤의 결단을 재촉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이 2027년까지 미국을 앞지르는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월 16일 제20차 당대회에서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까지 강력한 전략억제 체제를 갖춘 세계 일류의 군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전략억제는 장거리 핵탄도미사일인 둥펑-31, 중거리 핵탄도미사일 둥펑-21, 준중거리 핵탄도미사일 둥펑-17, 단거리 핵탄도미사일 둥펑-16·둥펑-15 등 모든 범주의 핵탄도미사일 전력 강화를 말한다. 세계 최고의 핵탄도미사일 전력 확보를 통해 세계 교역량의 3분의2가 통과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미 해·공군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추진해 온 ‘반접근과 지역거부(Anti-Access and Area Denial·약칭 A2AD)’를 완성해 역내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펜타곤이 2027년 이전에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거나 4국 확장억제 체제를 아시아 핵기획그룹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펜타곤이 5년 내에 오키나와 또는 괌에 2019년 미·러 중거리핵전력 제한협정(INF)을 파기하고 생산하기 시작한 500~5500㎞ 사거리의 신형 중거리 핵탄도미사일을 전격 배치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미국 설득 노력이 늦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대미 전략 억제 능력 우위 의지에 따라 2015년 로켓군을 창설한 뒤 그 규모를 2020년까지 29개 여단에서 10개 여단이 늘어난 39개 여단으로 강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같은 평가는 미 공군대학교의 중국항공우주연구소가 지난 10월 24일 공개한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 부대 조직구조 보고서에서 내놓은 것이다. 이 연구소는 중국 로켓군 부대가 총 6개의 미사일 기지(61~66기지)로 편제되어 대만과 남중국해 등 전략적 요충지를 중심으로 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기지 2곳과 미국과 한반도, 일본 열도 등을 겨냥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지 4곳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기지는 동북부 랴오닝성 선양시에 위치한 65기지로, 이곳엔 2020년 8월 미국을 겨냥한 사거리 1만2000~15000㎞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둥펑-41이 처음 배치됐다.

최근 필자는 윤석열 정부는 물론 여야와 국민 모두가 주목할 사실 한 가지를 확인했다. 아이젠하워 미 행정부가 1958년 한국에 배치하기 시작한 전술핵무기의 수가 한때 최대 975발까지 이르렀으며, 그 결과 중국과 북한은 물론 소련에 의한 핵재래식 공격 위협이 철저하게 봉쇄됐다는 사실이다. 1968년 기준으로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미 전술핵은 11개 종류로 위력은 수Mt에서 0.25㏏까지 다양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야전포병(280㎜, 8inch155㎜) 305발, 지대지미사일 345발, 지대공미사일(나이키) 108발, 공대지중력탄(B61176발, 핵지뢰 41발 등이었다. 우리 국민은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나 미 전술핵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었다. 1991년 9월 당시 조지 H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동향이 포착되었는데도 충분한 전략적 고려 없이 전술핵 철수를 결정한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 억제와 비핵화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 존스홉킨스대 할 브랜즈 교수와 터프츠대 마이클 베클리 교수는 최근 발간된 ‘위험 지대(Danger Zone)’에서 “중국의 목표는 한 슈퍼파워(a superpower)가 아닌 유일한 슈퍼파워(the superpower)가 되는 데 있다”면서 미국이 명심해야 할 경구로 “모든 패전의 역사는 ‘너무 늦은(too late)’이란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는 맥아더 장군의 말을 제시한다. 맥아더는 잠재적 적의 치명적 목표 파악과 준비, 저항을 위한 모든 힘의 모으기, 동맹들과의 협력에서 너무 늦은 것이 패전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경구는 국가안보실 등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팀도 되새겨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체제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 억제와 비핵화 실현을 넘어 중국의 중거리 핵탄도미사일 위협 억제라는 한국 안보의 최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슈미트의 이중 결정 모델을 앞세워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너무 늦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9세기 프러시아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4분의3이 안개로 싸여 있다”면서 “전체 구도에 대한 파악을 위해서는 진실을 포착해내는 숙련된 지성이라는 감각적이고 안목 있는 판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전체를 평가하는 책임을 가진 사람은 모든 지점에서 진실을 알아차리는 직관의 힘을 소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어떻게 모든 지점의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인가. 그는 “전략을 상상에 연계하면 가능하다”고 답하면서 ‘혜안(coup d’oei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의 대북·대중 ‘전쟁’도 현재 4분의3이 안개에 싸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이 절체절명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한·미 확장 억제는 잘 작동하고 있고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이 싫어하는 데다 한반도 비핵화에 부담만 된다”는 ‘이론’에서 탈피해 전략과 상상의 연계에 의한 ‘혜안’을 갖춘 전략가들이 요청된다. 윤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그 같은 혜안을 갖춰 미국의 4대 안보 전략, 중국의 시진핑 3연임 체제 출범, 한·미 확장억제를 농락하는 김정은의 탄도미사일 연쇄 도발 등 모든 지점의 진실을 인지한다면 펜타곤이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 체제 구축에 ‘너무 늦지 않게’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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